봄비와 가을 서리 『선귤당농소』 중에서

오늘 블로그 제목을 책 이름으로 할지 글 제목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정민 교수님의 책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으로 타이핑하다가 급하게 지웠어요. 도서관에서 이덕무 소품집을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과 <문장의 온도> 두 권을 빌려 놓고 어떤 책을 내 인생 책으로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에요. 사실 제가 이덕무를 알게 된건 정민 교수님을 통해서이고, 도서관 인문수업 중 한정주 선생님의 <사기 열전>을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솔직히 두 분 책 다 좋아요.

春雨潤 草芽奮 秋霜肅 木聲遜. 『선귤당농소』

추우윤 초아부 추상숙 목성손

봄비는 윤기로워 풀싹이 떨쳐 돋아나고, 가을 서리는 엄숙해서 나무 소리도 주눅이 든다. _정민 번역

봄비는 윤택해 풀의 싹이 돋는다. 가을 서리는 엄숙해 나무 두드리는 소리에 낙엽이 진다. _한정주 번역

두 번역 문장 다 정말 좋지 않은가요?
사실 제가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이덕무의 소품을 아이들과 저녁에 같이 읊어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영어도 문법이 힘들더니 한문도 문법의 압박이 있네요. 그래도 일단 즐겨야겠지요. 두 딸에게 이 글을 읽어주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봄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줘서 고마웠어요. ㅋ

봄비와 가을서리를 읽고,

봄비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질 때
예쁨이 보인다.
예쁨이 꽃처럼 피고

봄비는 하늘을 맑아지게
그리고 식물을 예쁘게 자라게

다이아몬드랑 봄비랑
비교할 수 없다.

봄비가 없으면 나는 살 수 없다.

바다에 물을 더 주고
바다는 더 커져서 맑아지지.

  • 후리지아야~ 난 너의 고운 소리에 마음이 맑아지지.
  • 이덕무의 호(號)는 형암(炯庵), 아정(雅亭), 청장관(靑莊館)이며 별호는 선귤자(蟬橘子)이다.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는 ‘선귤당에서 크게 웃는다’라는 뜻이다. 왜?? 매미 선(蟬) 자와 귤 귤(橘) 자인데, 매미와 귤의 조합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연결고리가 없는 두 대상을 이은 포스터 모던적인 혹은 은유적 표현이다. 매미는 여름에 볼 수 있는 곤충이 아닌가? 노란 귤과 교차점이 없는데 왜 선귤당이라 했을까? 구를링을 했더니, 그에 대한 나름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덕무의 호 ‘선귤’은 깨끗한 매미, 향기로운 귤이라는 뜻으로 남산 아래의 작은 집 모양이 매미의 허물과 귤의 껍질과 닮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 집이란 가난하지만 부귀와 권세에 굴하지 않는 집의 주인인 이덕무와 같지 않은가? 그는 누구와 함께 웃었을까?

한문 출처 : 헤드라인뉴스(Headline News)(http://www.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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