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리고 독서활동

요즘 우리 둘째 후리지아를 키우면서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언어적으로 다른 환경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첫째보다는 빠른 시기에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접촉이 27개월 정도 빨랐습니다. 36개월부터 영어와 관련된 영상을 30분 미만으로 보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아이와 이렇게 문자적 간극이 클 줄은 몰랐습니다. 둘째를 보면 소크라테스의 시대를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는 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시리_Siri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하고 검색도 말로 합니다.문제는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둘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독서 관련 책을 읽다 보니, 우리 둘째의 열렬한 지지자를 찾게 되었습다. 이름만 들어도 반박 불가인 철학자 소크라테스 ㅋㅋ 소크라테스가 전설적인 수사학적 언변을 총동원해 그리스 문자를 배우거나 글을 깨우치는 데 반대했다는 사실을 아세요? 구전 문화에서 문자 문화로 옮겨갈 경우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을 설명한 소크라테스의 말에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봐도 뛰어난 통찰_insight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이해한 이 통찰은 메타인지_meta認知,  metacognition와 함께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 지 성찰하는 능력으로 자기 생각이 아는 것을 말을 통해 다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들은 청력을 통해서도 충분히 지식을 넣고 문자 없이도 다시 아웃풋_output이 가능한 겁니다. 인류가 알파벳을 통해 독서 학습에 필요한 인지적 혁신을 이룩하는 데 2000년의 세월이 소요되었습니다. 독서 학습에 필요한 뇌를 가지는 것은 후천적인 환경과 학습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지 과학자 스티븐 핑커_Steven Pinker는 “소리_sound에 관한 한 아이들은 이미 선이 연결된_wired 상태다. 반면에 문자_print는 고생스럽게 추가 조립해야 하는 옵션 액세서리다.” 독서, 문자 문화라는 것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는 과정을 학습하기 위해 후천적으로 독서에 필요한 추가 회로부를 만들어 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년기부터 성년을 갓 넘기는 시기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독서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하는 두 가지를 얘기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아이가 문자에 대한 관심이 빠르지 않다면 가능한 문자에 대한 학습은 늦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입니다. 문자라는 학습이 후천적인 뇌의 회로를 만드는 것이라 시각적 청각적인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에게는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학습과 호기심은 정반대의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시기가 길어진다고 생각하세요. 호기심과 창의력은 밀접한데 이것은 근육과 같은 것이라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합니다.

그리고, 만약 한글을 학습을 시작한다면 글자를 정확하게 쓰는 과정을 1년 정도를 같이 해주세요. 많은 부모는 방문 교사에게 한글을 맡기시는데 글자를 읽는 것과 쓰는 과정은 엄연히 다르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이 부족함을 메우는 작업은 더 힘들지 않을까요? 저도 요즘 들어서 블로그에 짧은 글을 써서 올리지만, 저의 글쓰기는 초등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고, 그 수준이 지금 저의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서 개선을 하고는 싶지만 만만치가 않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요즘 다시 국어 문법부터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양서를 아이들과 같이 읽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구글링_googling하면 세상의 정보를 검색을 할 수 있지만, 이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 통찰력_Insight 그리고 이 지식을 엮어서 새로운 지식으로 만들어 가는 융합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보통 아이가 글자를 혼자 읽게 되면 책읽어 주는 활동을 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가능한 책을 아이가 고학년이 되어서도 읽어주세요. 우리 집 첫째 팝콘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학교도서관에서 2~3시간씩 책을 읽으면서 보냈습니다. 일명 책 귀신이었습니다. 4학년 겨울 방학부터 역사 관련 책을 같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왜냐면 아직도 그림이 없는 책은 읽기 힘들어하고 5학년 2학기부터 국사 수업이 진행된다고 해서 다시 엄마랑 책 읽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기 위해 시작했는데 엄마인 저의 반쪽짜리 지식을 찾아내는 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노파가 할머니인 건 아는데 노는 늙은 노인_老 걸 설명은 했는데 파는 ?? 노파_를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이 婆는 할머니 파자로 읽기 1급의 단어라는 것이 나름 위안이 되었습니다. 학문을 연구하는 것도 공부이겠지만,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 공부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모르는 걸 내가 공부해서 가르쳐줘야겠다는 입장이 아니라 같이 모르는 걸 알아가자는 것이 저의 교육 방법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양서_라고 생각하는 내용이 좋은 책들은 인문고전들입니다. 시카고대에서 선정한 책들과 서울대 추천 100선들 중심으로 아이들과 같이 읽어 나갈 생각입니다. 그 전에 부모가 먼저 읽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번역한 저자에 따라 글의 몰입도가 달라집니다. 팝콘이랑 ‘삼국사기’를 읽으면서 ‘사기 열전’을 다시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원중 교수님의 ‘사기 열전’을 무난하게 읽었습니다. 워낙 인물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책의 두께 압박이 있는 책입니다.

외국어의 적기를 10세 전후라고 인 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 시기이고, 국어의 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1~16세도 언어를 습득하기에 최적기는 아니지만 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는 독서의 양과 질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더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중학생 수준의 모국어 실력에 머무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입시를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와 영어 독해지문의 길이는 갈 수록 길어지고 시험이라는 특성상 시간 안에 풀어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공부, 학습량의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20년 전에 텝스시험을 치고 몇 달 전에 뉴텝스를 치고 왔는데 세상이 많이 변했고,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느끼고 왔습니다. 아는 것이랑 아는 것을 짧은 시간에 찾아내는 행위 사이의 공부의 양을 몇 배를 더 요구합니다. 90점과 100점의 차이 만들어내는 공부의 양일 것입니다. 세상도 변하고 세대도 다르니 각자의 숙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몇 년 전만 해도 적당히 아이들에게 영어 노출하고 밤에 책 읽어 주고 생활적인 측면에 양육하는 것으로 최선으로 여기면서 살았습니다. 아이들도 이제는 유아기 만큼 손이 덜 가니 개인 시간도 생기면서 영어 모임 및 독서 관련한 도서관 수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가르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궁금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가르치고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한 걸 알고 있으니까요. ㅠㅠ 그런데 책을 읽고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가 있다는 겁니다. 좋은 책이 읽기가 힘들 수도 있지만, 읽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다 읽고 난 후 느끼는 성취감은 마약과도 같습니다. 이 즐거운 시간을 아이와 함께 공유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출처:책 읽는 뇌_메리언 울프_살림

공부머리독서법 _ 최승필_책구루

Pixabay로부터 입수된 Raimund Feher님의 이미지 입니다.